[거문도의 전설] “신지끼 여 인어공주”
개=끼 : 바다. 해변, 여 : 여암=암초 신지끼 여 : 신지 해변의 암초
휘영청 달 밝은 밤 신지끼 여 물개 바위에서 한 여인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었다.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은비늘 꼬리를 반짝거리며 가냘픈 몸짓으로 물위를 걸으며 춤을 추고 있었다. 파고가 물결을 치올렸다 내리며 하얗게 드러난 여암에 앉아 여인은 구성진 노래를 불렀다. 어디서 불어오는 한 가닥 바람결이 여인의 옷자락을 물속에 잠기우며 은비늘 꼬리가 물결을 찰랑거린다.
임아, 임아, 내님아, 그리운 내님아.
오시면 온다고, 못 오시면 못 온다고 말이나 하소서
임아, 임아, 내님아, 그리운 내님아
임 그린 밤 세월 수천 그 언제나 오시려나
녹산 등대가 신지끼 여 물개바위를 휘둘러 내리며 여인은 두 손을 번쩍 들고 바다를 향하여 돌을 던지며 노래를 부른다.
태풍아 불지마라. 태풍아 오지마라. 내님 오시는데 바람아 불지마라
풍랑치고 태풍 불며 못 오신다. 태풍아 부지마라 풍랑아 치지마라
내님 오시는 뱃길에 풍랑아 불지마라 우리 님 못 오신다. 파도야 치지 마라.
우리 님 오는 길에 풍랑아 치지마라.
신지끼 여 물개바위에서 인어공주가 한스런 노래와 춤을 추다가 먼 서해를 바라본다. 바람이 거세게 일어난다. 여인은 바다에 돌을 던진다. 첨벙, 첨벙, 첨벙, 그리고 몸을 일으켜 바다로 내려선다. 긴 꼬리가 등대 불에 번쩍거린다. 상반신은 어여쁜 여인이고 하체는 긴 꼬리를 단 인어다. 다시 여인은 긴 꼬리를 물속에 박고 하늘대다가 물속으로 사라진다.
그녀는 신지끼 여 인어공주였다.
여인이 사라진 여암에 거친 파도에 몰아치고 있었다. 하얀 암초가 물위로 들어났다가 다시 물속으로 잠긴다. 드러났다 잠기고 사라졌다 드러나는 여암, 여인이 사라진 여암에 물결만 넘실대고 파도는 슬프게 울어 대고 있었다.
전설의 여인 신지끼 여 인어공주는 거문도 녹산 등대가 보이는 여암에서 달 밝은 밤이나 풍랑이 치고 태풍이 불 때면 나타나서 노래를 부르며 바다에 돌을 던지며 태풍이 온다는 예고인 것이다. 거문도 서도 끝자락 녹산 등대와 코바위 사이 해변을 따라 펼쳐진 해수욕장의 저 멀리 바다에 가라앉은 암초에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를 헤치고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물개 바위라고 부르고 신지가 나타난다 해서 신지끼 여라고 불렀다. 바위에 앉아있는 여인의 모습은 상체는 여자이고 하체는 고기 꼬리를 단 예쁜 얼굴에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여인이다.
이렇게 신지끼 여 인어공주는 태풍이 오거나 풍랑이 일 땐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타나서 물속에 돌을 첨벙첨벙 던지며 노래를 부른다. 신지끼가 나타나서 돌을 던지면 태풍이 온다.
신지끼가 나타나면 어부들은 태풍과 풍랑을 피해 항구로 돌아온다. 신기끼 여 공주의 예고를 무시하면 죽음을 맞는다. 전설과 환상속의 여인 신지끼는 거문도 어부들의 생명을 구해주고 안전한 뱃길을 열어주는 수호신이다. 어부들은 수많은 생명을 구해준 물개 바위 신지끼 여암의 인어공주를 찾아가서 해마다 제사를 지낸다.
그녀는 등대의 화신으로 태어나서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 등대 앞에 나서면 저 멀리 바다에 하얀 피부의 어여쁜 여인이 미소를 지우며 상반신을 내보이며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인은 둥글게 말아 올린 긴 머리채를 풀고 두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선다. 길게 늘어진 꼬리가 반짝반짝 빛난다. 여인은 긴 꼬리를 내 휘둘린다. 그리고 첨벙 첨벙 바다에 돌을 던지고 노래를 부른다.
가냘픈 여인의 노랫소리가 녹산 등대 멀리 코바위 해변에서 들리는 날에 어부들은 바닷 일을 거두고 닻을 내린다.
거문도의 전설의 여인 신지끼 여 인어공주는 일본의 작은 소국의 여왕이었다. 사랑하는 연인 소복을 따라 중국으로 가려다가 이곳에서 죽었다. 그리고 인어로 환생하여 물개바위에 걸터앉아 소복을 기다리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중국 진나라 황제는 어느 날 연단술사인 서복을 불렀다.
“연단이란 불로장생의 명약은 어떻게 되었느냐?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서복이 아뢰었다.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그대가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가? 찾지 못하면 만들어 내야지.
꼭 찾아오겠습니다. 동방의 조선에 가면 연단이라는 불로장생의 명약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당장 떠나라.”
소복은 불로장생의 명약 연단을 구하려고 동방의 조선으로 떠났다. 불로장생의 명약 연단은 납과 수은이 화합된 광석이었다. 이 광석은 죽는 생명을 구하고 영원히 늙지 않는 명약으로 연단술사들은 이 연단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연단이 천연 광석으로 조선의 어느 섬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진시황제는 연단술사 서복에게 연단을 구해오라고 명했다.
서복은 녹산이란 선단에 100명의 선원을 태우고 조선의 남쪽 다도해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연단을 찾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는 일본 규수의 섬들을 모두 돌아보아도 연단은 없었다.
마지막 서복은 일본 규수의 이노키섬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이섬의 수장인 신지 여왕을 만났다. 여왕은 서복을 보는 순간 한눈에 반해 물심양면으로 그를 도와주었다. 연단술사 서복은 신지의 애틋한 정성에 감동하여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제가 알기로는 연단은 조선의 거문도란 섬에 있다고 합니다.” 신지여왕이 서복에게 전해줬다.
“정말 거문도에 연단이 있단 말이요?”
“저의 부족의 뱃사람이 거문도에서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연단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당장 거문도로 갈 것입니다.”
서복은 녹산 해단을 거문도로 돌렸다.
“제가 길 안내를 하겠습니다.”신지 여왕이 따라 나섰다.
“그대는 소국의 여왕인데 어찌 나라를 비운단 말이요?”
“사랑하는 임을 위한 일인데 뭔들 못하겠습니까? 소녀는 나라와 소복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소복님을 택할 것입니다.”
“나도 신지여왕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난 황제의 지엄한 명령을 수행하는 중이라서 떠나야 하고 헤어져야 합니다.”
“제가 뱃길을 안내를 하겠습니다.”
그녀는 왕관을 버리고 서복을 따라 나섰다. 서복은 신지의 안내로 거문도를 찾아왔다. 거문도에 도착한 서복과 신지는 여러 섬을 돌아다니며 연단을 찾고 다녔다. 연단은 신선의 섬 백도에 있었다. 신지는 서복을 데리고 100개의 섬 백도에서 불로장생의 광물 연단을 찾고 있었다. 마침내 백도에서 연단을 찾았다. 그때 백도의 신령이 서복 앞에 나타났다.
“절대 연단을 백도 밖으로 옮길 수 없다.”
“살려주옵소서. 이 연단을 가지고 가지 못하면 저의 목숨은 살아남지 못합니다.” 서복이 신령에게 빌었다.
“그렇다면 좋다. 연단을 가지고 가되 다시 되돌려 놓아라. 난 너의 선원들을 인질로 잡고 이 연단을 주겠노라.”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서복은 녹산 해단의 100명의 선원을 신령에게 인질로 잡혀두고 연단을 가지고 진나라로 가려고 하였다. 신령이 다시 물었다.
“너 분명히 약속할 수 있느냐? 그 연단을 100일 후에 다시 돌려보내지 않을 땐 너의 어부는 모두 죽는다.”
“알겠사옵니다. 꼭 100일 안에 연단을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서복은 100명의 선원을 담보로 영약을 얻어 중국으로 떠나면서
“연단을 찾았으니 이제 한나라로 돌아가야 합니다.”서복이 신지에게 말했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그건 안 되오. 진나라는 멀고 먼 나라여서 항해 중에 어떻게 될 줄 모르는 위험한 항로입니다. 제가 연단을 황제께 보여드리고 다시 오겠습니다.”
“임이 가면 소녀는 어떻게 합니까?”
“100일 후면 꼭 돌아와서 신지님을 모시고 진나라로 가겠사옵니다.”
“꼭 돌아 오셔야 합니다. 소녀 죽을 때 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서복은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하고 연단을 가지고 거문도를 떠났다. 진시황제는 연단을 보고 탄복하면 돌려주지 않았다. 그 또한 신령과의 약속을 어기고 돌아오지 않았다. 백도의 신령은 약속을 어긴 서복의 부하 100명의 선원을 모두 죽여 버렸다.
그들은 죽어서 100개의 섬으로 변했다. 한편 신지는 그가 떠난 해변에 집을 짓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서복을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해 신지는 배를 구해 진나라로 갈 생각을 하였다. 막 거문도를 떠나려는데 백도의 신령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어디로 가느냐?”
“ 서복을 찾아 진나라로 갈 것입니다.”
“그놈은 100명의 부하를 죽게 한 놈이다. 그런 놈을 찾아 간단 말이냐?”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그가 안 오니 나라도 가야 합니다.
“넌 이곳을 떠날 수가 없다. 난 그가 올 때 까지 너를 인질로 잡아둘 것이다.”
“신령님, 난 서복을 사랑합니다. 그 없이는 못삽니다. 그를 찾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세찬 폭풍을 물리치고 진나라까지 간단 말이냐? 안 된다.”
“그래도 갈 것입니다.”
그녀는 신령의 만류에도 배를 띄웠다. 그녀가 막 녹산 바다를 나가려는데 폭풍이 불어 배가 침몰 당했다. 암초에 걸려 배는 침몰당하고 그녀는 바다 밑으로 수장되었다.
그녀가 암초에 부딪쳐 죽은 후 어느 날 여암의 암초가 바다로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그 바위 위에 인어 한마리가 앉아 있었다. 신지가 인어가 되어 여암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밤마다 인어는 그렇게 여암에 걸터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여암을 물개 바위라고 불렀고 바위에 올려 앉은 인어를 신지끼의 화신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신지는 신지끼 여암 물개바위에서 인어가 되어 서복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문도에서는 바다를 개라고 부른다. 개가 께로 변했고 다시 꺼로 변해 끼로 변했다. 그녀가 나타나는 그 바다를 신지끼라고 하는 것은 신지개가 신지께에서 신지꺼로 변해 다시 신지끼로 변천한 것이다. 신지의 영혼이 인어가 되어 나타나는 여(암초)는 물개바위라고 불렀다. 그리고 서복의 녹산해단이 머물던 해변을 녹산이라고 불렀고 오늘도 신지끼 여 인어공주는 녹산등대가 보이는 여암 물개바위에서 거문도의 해난을 막아주는 수호신이 되었다. 그러나 한결같이 그녀는 서복이 돌아온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거문도의 전설에 오늘도 그녀는 신기끼 여암 물개바위 에 앉아 멀리 서쪽을 바라보며 은빛 비늘을 바다에 철렁거리며 서복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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