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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부산교통공사 자료

파리 지하철(14호선) 내부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교통 시설의 디자인에 대해 나름대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재미나요-작업과비평 에 서울 지하철 객차 내부에 대해 평을 한 것이 있으니 시간여유가 있는 분은 참고하세요.)

파리는 특히 미로처럼 복잡한 지하철 노선으로 유명합니다.
물론 아르누보 스타일의 지하철 입구도 유명하고요.
다양한 형식의 지하철 알림판도 유명하고.
그리고 지하철에 악취가 심하기로도 또한 유명합니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지하철이 아마도... 런던 아니면 파리일 겁니다.
얼핏 그렇게 들었는데요.

지하철 객차나 역사내부나... 대부분 굉장히 열악한 편입니다. 시설도 낡았고. 많은 역사들이 타일 마감으로 되어 있는데, 타일이 몽땅 뜯어져 나가서 흉물스러워 보이는 역도 많고.
객차 시스템도 낡았구요. (이를테면 정지한 후 스위치를 눌러야 문이 열린다던지, 안내 방송이 없다던지. 등등.)  

하지만, 요근래 생긴 14호선은 아주 아주 그럴듯합니다.
요전에 잠깐 언급했던 "새라쟈"와 "미테랑국립도서관"을 연결하는 지하철인데, 파리에서 제일 최근에 생긴 지하철입니다.
역사도 굉장히 멋지고. 무슨 공항이나 우주정거장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이구요. 그래서 특히 다른 노선과 환승가능한 역에서 이를테면 다른 노선에서 14호선으로 이동할 경우,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할 정도입니다.

일단은 우선 객차 내부에 대한 내용을 올립니다.



가끔 저녁 늦게 퇴근을 하는데, "미테랑도서관"역에서 타거든요. 그게 종점이고.
그래서 운 좋게 사람이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 지하철 내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죠.

1. 객차와 객차 사이의 통로가 시원하게 뻥 뚫려 있습니다. 문도 없고.

2. 의자 배열이 아주 아기자기하게 되어 있죠. 창가에 1인 좌석과 2인 좌석이 통로를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그게 번갈아 가면서 지그재그식으로 되어 있구요.
(사진 정면 멀리.... 좀 멀어서 잘 안 보이나?)
또한 객차 끝부분, 다른 객차로 넘어가는 부분의 의자 배치는 또 다르게 되어 있고.

의도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열차내부는 푸른계열의 차가운 분위기인데, 열차 바깥 승강장은 따뜻한 분위기로 대조적으로 연출되어 있습니다. 이런 것도 의미있는 디자인으로 간주될 수 있겠죠.



14호선은 무인 운전 시스템이라 운전실이 없어요. 그래서 맨 앞과 맨 뒷 부분이 이렇게 되어 있고요. 열차가 달릴 때 맨 앞에 앉아서 앞을 바라보면 제법 신기한 느낌이 듭니다.

마주보게 되어 있는 좌석 배치. 프랑스 사람들이 체격이 작은 편이라 그런지, 의자크기가 작은 편이고, 좌석간의 간격도 좁은 편입니다.



열차 손잡이. 하나의 봉에서 세갈래로 나뉘어지는 식인데요.
세심한 배려이고. 아주 잘 된 디자인입니다.

다른 노선의 경우, 이런 식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봉이 천정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형식도 있는데, 그런 경우와 비교체험을 해보면 이게 얼마나 잘된 디자인인지 실감이 나더군요.
지하철에 사람이 꽉찰 경우, 손잡이 하나가 참 귀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잖아요.



왼쪽사진을 보시면. 접이식 좌석이 있는데요.
출입구 주변 좌석들이 이런 식입니다. 다른 노선의 경우도 그렇고.
공간효율을 극대화 하기 위한 장치이고.
그리고 잘 보시면, 의자가 공중에 메달린 것처럼, 캔틸레버 형식으로, 바닥이 아닌 벽면에 고정되어 있잖아요. 짐을 의자 아래에 내려 놓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꽉꽉 들어차는 경우, 의자 아래로 발등을 넣을 수도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등받이에 붙어 있는 손잡이. 키작은 꼬마들도 쉽게 잡을 수 있게 해 놓았구요.

보면 볼 수록 이런저런 배려를 많이 해 놓은 것이 느껴지는 좋은 디자인 사례입니다.

   

천정을 찍었는데요.
천정에 메달린 손잡이가 별로 없는게 눈에 띄는데. 왜냐면 열차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고, 등받이에 손잡이가 달린 의자들이 비교적 촘촘하게 놓여져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흔들거리는 손잡이가 천정에 주루루룩 달려있는 우리나라 지하철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구요. 천정의 조명이 아주 깔끔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광고가 없는 것도 특징이고. 아무튼 아주 깔끔하고 정갈하죠.



재미나요(작업과비평)-지하철내부인테리어비교 에서 언급한 바 있는 사진.
서울의 지하철 2호선 객차 내부입니다. 이 사진에 비교해 보면, 파리 14호선 객차의 인테리어는 무슨 우주선을 연상케하지 않습니까?

서울2호선과 파리14호선을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하니까....



서울7호선과 비교해 봅시다.

이 사진 역시 "지하철객차인테리어비교"에서 언급되었던 사진.
비교적 깔끔하게 잘 된 디자인이긴 하지만, 좀 어수선해 보인다는 인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다르니까요. 아시다시피 좌석배치가 다르고, 입석 승객의 숫자가 훨씬 많게 설정된 열차이니까, 이렇게 손잡이가 주루루룩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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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말하지만, 서울2호선이랑 파리14호선이랑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한 것이고요.
거꾸로, 서울8호선이랑 파리3호선이랑 비교해 보면, 서울쪽이 훨씬 낫습니다.

아니지.. 생각해보니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서울 8호선이 파리 3호선 보다 더 세련된 것처럼 보입니다." 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네요.




앉아서 찍은 사진. 깔끔하고 분위기있죠?
철봉처럼 단단하게 고정된 손잡이가 멋져 보입니다.



디퓨져가 이렇게 세련되게 디자인되어 있는데요. 보일락 말락, 있는 듯 없는 듯.
서울7호선과 비슷한 형식인데, 이게 조금 더 멋져 보입니다. 


 
객차 연결부.
역시 손잡이가 한 군데에서 두갈래로 나뉘어 뻗어 나오는 식으로 되어 있네요.



출입문인데. 특별히 디자인이 잘 되었다고 할 만한 것은 아니구요.
특히 스피커 부분은 아주 투박한 느낌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