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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유익한 자료실

안동 와룡산의 위대한 유산---김태희(저)

안동 와룡산의 위대한 유산

(참고로, 저자인 김태희씨는 저와는 외사촌지간 입니다)

[안동] 와룡산(臥龍山,460m)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산맥 사이 물길을 찾아내며 꼬불꼬불 남으로 흐르다 서서히 그 유역을 넓히며 서쪽으로 방향을 틀고 용틀임하는 곳이 경북 안동이다. 지금이야 안동댐으로 인해 안동호라는 호수가 탄생했지만 그 이전부터 안동은 누가 뭐라해도 낙동강 중상류에서 가장 번성한 고장이었다. 선사시대부터 거석문화가 발달했던 전통이 조선조에 들어 퇴계 이황, 서애 유성룡 등 성리학의 거두들을 탄생시키며 오늘날 한국 정신문화의 산실임을 자임할 수 있게 된 밑바탕이라고 지역민들은 여기고 있기도 하다. 이곳 안동호를 바라보는 곳에 용이 누워 있는 형상의 산이 있다.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아간 안동 와룡산(臥龍山·460.1m)이 바로 그곳이다.
안동 와룡산의 이름은 천하를 호령하고 돌아온 용이 편히 누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해서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인 백담 구봉령 선생이 처음으로 용산(龍山)이라 부른 데서 비롯됐다. '황룡도강지'라는 명당터인 와룡산의 기품이 안동인의 저력을 탄생시켰다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큰 물길(낙동강)에 가깝고 물이 많아 수다산(水多山)이라고도 불리던 이 산에서 안동부 관리와 주민들이 가뭄 때마다 기우제를 지냈다.

 

이런 유래와 의미 뿐 아니라 산행 자체로만 봐도 와룡산은 속이 꽉찬 알짜배기 가족산행지로 권할 만하다. 황룡도강지에서 바라본 한반도 모양의 안동호 조망, 산행로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다양한 이름의 바위들이 산 타는 재미를 더욱 쏠쏠하게 한다. 또 정상부의 금광굴에서는 살아 있는 야생 박쥐를 만날 수 있고, 비록 낮은 산이지만 호랑이가 살았던 흔적과 그에 얽힌 이야기까지 깨알같이 깃들어 있어 그 야성적 매력을 더한다.


원점회귀 코스에다 등산로까지 잘 정비돼 있어 편안하다.

안동시 와룡면 주계리 용두골마을 와룡산 주차장~선비길~용천수 갈림길(능선 사거리)~까투리봉~용두봉(정상)~노적봉~신선길 삼거리~신선대(범의굴)~주차장, 전체길이 약 5.5km, 약 3시간 소요된다.

와룡산은 선사시대 거석문화 집약된 낮지만 알찬 산이다.

대형 등산 안내판이 있는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산을 바라봤을 때 왼쪽은 '선비길', 오른쪽은 '신선길'이라 불린다. 또 신선길 중간 지점에서 곧장 정상으로 뻗은 길은 '일출길'이다. 취재팀은 선비길로 올라 신선길로 하산키로 한다. 팔각정 쉼터 뒤 산행로 들머리에 우뚝 선 소나무 두 그루가 우선 눈에 든다. 왼쪽 아래 것은 약 500, 오른쪽 것은 약 350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로 마을의 버팀목(별도 박스기사 '떠나기 전에' 참조) 역할을 하고 있다. 선비길은 이름처럼 선비의 기상을 한껏 뽐내는 적송이 우거진 길로서 그윽한 솔향에 취한 채 걷는 길이다. 길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왼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연분홍 진달래, 샛노란 생강나무꽃 등 야생화를 보면서 20여 분 오르면 6·25전쟁 당시 공비들이 팠던 비트 흔적 표시가 있는데, 정작 비트는 찾을 수 없어 그냥 능선까지 오른다.


삼거리인 이곳 능선 삼거리 주변은 황룡도강지로 불리는 곳이다. 취재팀의 답사로는 오른쪽 까투리봉 방향이지만, 이곳에서 가장 큰 볼거리인 한반도 지형 호수를 보지 않고 갈 수 없어 일단 용천수 방향으로 능선을 넘는다. 50m쯤 가면 왼쪽 아래로 호수가 보이는데, 한반도 지형을 빼다 박은 모습이어서 신비스럽다. 다시 이정표로 돌아와 까투리봉 방향으로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기묘한 형태의 바위들을 만난다. 우선 선비바위. 옛날 현사사로 넘어가던 선비들이 이 바위에 앉아 피로를 풀며 시를 읊었다고 전해진다. 곧이어 까투리바위도 만난다. 보라매가 까투리 사냥을 하면 이 바위에 내려앉았다고 하는데, 마을 처녀가 이 바위에 올랐다가 풍경에 홀려 그만 발을 잘 못 디뎌 떨어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도 있다.

황룡도강지에서 정상까지 기암괴석 즐비하다.

까투리봉(452m)을 넘으면 견우직녀바위, 용천수갈림길을 잇따라 지난다. 용두골 마을을 한 눈에 내려보고 있는 거북이바위는 와룡산에서 조망이 가장 빼어난 곳이다. 거북이바위의 머리 부분이 마을로 향해 있어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지켜준 바위였다고 하지만 근년 들어 머리 부분이 파손됐다. 이곳은 옛날 안동부 관리와 주민들이 물굿제를 지내던 기우단 자리이기도 하다. 조금 더 가면 중간 내려가는 길 삼거리를 지나고 부처바위, 두꺼비바위, 개구리바위도 잇따라 조우한다. 머리를 하늘로 바짝 들고 있는 두꺼비바위가 이채롭다. 2분 후에는 토테미즘과 애니미즘이 결합된 상징적 바위인 곰남근바위와 옥좌바위를 동시에 만난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50m쯤 내려가면 금광굴이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1950년대까지 석영과 금을 캤던 광산굴로, 길이는 50m가량이다. 와룡산 정상인 용두봉 밑 금광굴 살아있는 박쥐 소굴로 박쥐가 서식하고 있는데, 보호해야 할 자연의 생명체다.


곰남근바위로 복귀해 우측으로 좀 더 가면 정상인 용두봉이다. 동쪽 안동호 너머로 보이는 일출이 워낙 장관이라서 일출봉으로도 불린다. 이곳에서는 남쪽으로 팔공산, 동쪽으로 영덕 칠보산, 북쪽으로는 봉화 청량산, 서북쪽 멀리로는 소백산까지 조망되는 곳이지만, 날씨가 맑아야 가능하다. 헬기장인 정상부에서 오른쪽으로 하산로가 열려 있지만, 정면 노적봉을 보면서 왼쪽 11시 방향 능선길을 따른다. 10분 후 신선길 삼거리를 통과해 10분쯤 가면 노적봉. 말 모양을 닮은 말바위가 있다. 조금 전 삼거리로 돌아와 왼쪽 신선길 방향으로 하산한다. 4분 후 또 한 차례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는다. 5분쯤 가면 옛날에 호랑이가 사람들을 물어와서 잡아 먹었다는 호식총을 지나고 다시 5분을 더 가면 바위 벼랑 아래 범의굴에 닿는다. 벼랑 위는 신선들이 놀았다는 신선대. 그 아래는 신선들을 호위하던 호랑이가 살았다는 굴이 있다. 이곳은 오래 전부터 주민들의 기도처로 애용됐다고 한다.
일출봉 갈림길과 일출길 갈림길을 잇따라 지나 산길을 다 내려오면 밭 모퉁이에 고인돌 형태의 소원바위도 만난다

안동 와룡산 주차장에서 선비길로 접어들기 직전에 수령이 각각 500, 350년 된 거대한 소나무 두 그루를 만난다. 이 적송들은 마을의 목신 겸 당나무로서 대우받고 있는 나무들이다. 500년 된 나무는 '방두솔'(사진)이라고 불리는데, 옛날 민가에서 당제를 지냈다고 한다. 방두(方斗)란 조선시대에 곡식의 용량을 가늠하기위해 만든 기구를 일컫는데, 이 소나무로 큰 사각 방두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둥치가 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350년 된 적송은 '성주나무'라고 불린다. 옛날 양반가에서 성주를 드렸던 나무로 알려져 있다.

교통편은 남안동IC서 내려 도산서원 방향으로 가야한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거쳐 경부고속도로 금호JC에서 안동 원주방향 중앙고속도로를 탄다. 남안동IC에서 내려 안동 방향으로 3가량 직진, 안동 방향으로 좌회전해 5번 국도로 오른다. 12쯤 이동, 영호루 앞 사거리에 시청, 도산서원 방면으로 좌회전 영호대교를 건너자마자 다시 시청 안동역 방면으로 우회전(육사로)500m쯤 간다. 천리고가교 남단에서 시청 도산서원 방면으로 좌회전, 천리고가교를 타고 넘은 뒤 8쯤 직진한다. 와룡삼거리에서 예안 방면으로 우회전(농암로), 933번 지방도로를 타고 4쯤 이동하면 와룡산 등산로 표지판이 보이는 와룡면 주계리 입구에 닿는다. 5시 방향으로 우회전, 마을을 통과해 300m쯤 가면 출발지인 와룡산 주차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