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뒤에서 춤추는 등산스틱 승객들엔 '흉기'
등산객 늘어나는 봄철 맞아 붐비는 대중교통서 찔리고 긁혀
큰 배낭 때문에 통행 어렵고 몸 휙휙 돌릴 때 얼굴 맞아
땀과 술냄새 섞여 악취 피해도, 등산 애호가들 "민폐 자제해야"
토요일이었던 2017년 4월 1일 오후 경의중앙선 용문행 전철을 탔던 직장인 문모(여·28)씨는 다치지 않으려고 진땀을 뺐다. 앞에 서 있던 등산객 5~6명이 멘 배낭마다 끝 부분이 뾰족한 금속으로 된 60㎝ 길이 '등산 스틱'이 두 개씩 꽂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몸을 휙휙 돌릴 때마다 문씨는 스틱에 찔리지 않기 위해 두 손을 올려 얼굴과 상체를 보호했다. 참다못한 문씨가 "배낭을 선반 위에 올려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요청했지만 이들은 "곧 내릴 것"이라며 버텼다. 문씨는 "얼굴이라도 긁힐까 봐 가슴 졸이느라 등산객들과 같이 탔던 10여분이 10시간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관악산 등산객이 많이 이용하는 5511번 시내버스 기사 김모(44)씨는 "등산객 승객들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주말마다 이 버스에는 등산객과 서울대를 가려는 학생이 많이 탄다. 김씨는 "등산객들이 탑승하면서 버스 카드를 찍으려고 몸을 숙일 때 뒤따라 타던 승객이 등산 스틱에 이마나 코 등을 찔리곤 한다"며 "눈이라도 찔리면 어쩌나 조마조마하지만 등산객들에게 스틱을 빼고 타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등산객이 늘어나는 봄철을 맞아 북한산·도봉산 등 서울 시내 주요 산 주변 대중교통에서 승객들이 등산 장비 때문에 위협을 느끼고 불쾌해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일부 등산객이 등산 스틱을 꽂은 커다란 배낭을 멘 채로 붐비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등산으로 흘린 땀과 술 냄새 등이 섞여 악취가 진동하기도 한다.
대중교통 승객들은 "등산 스틱에 뾰족한 금속 부분을 감싸는 고무마개도 끼우지 않고 배낭에 꽂고 다니는 등산객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뾰족한 부분이 위로 향하게 꽂힌 등산 스틱 때문에 주변 승객들이 다치거나 옷·가방에 손상을 입히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지하철 2호선 열차 내에서 등산 스틱에 뺨을 긁혀 상처를 입은 회사원 이모(24)씨는 "체구가 작은 어린이와 여성에겐 등산 스틱이 '움직이는 흉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규정에는 '여객에게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는 물품을 휴대하고 승차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시내버스 규정에도 '여객에게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거나 통로 및 승·하차 문을 막을 염려가 있는 물품'은 휴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버스·지하철 운영사들은 "스틱을 위험물로 봐야 하느냐가 애매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제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하철 7호선 도봉산역 역무원 정모(45)씨는 "스틱이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주말 승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산객에게 이래라저래라 얘기하기 어렵다"며 "지팡이 들고 타는 할아버지들을 제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버스 기사 이모(49)씨는 "스틱에 치이는 승객도 많고 커다란 배낭이 통로를 막아 통행을 방해하는 건 맞지만 가방을 앞으로 메 달라고 부탁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했다.
등산 애호가들도 이런 일부 '민폐' 등산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전체 등산객이 덩달아 눈총을 받는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산악회인 '시산회'는 "나도 등산객이지만 스틱에 위협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회원들에게 '스틱을 배낭에 달지 말고 몸 앞쪽으로 들고 있자'고 공지했다"고 했다. 서울구름산악회 회장은 "등산 뒤 등산화 끈을 풀고 지하철에 앉아 있는 사람들 때문에 발냄새가 진동한다"며 "등산객인 나도 불쾌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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