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산행 및 주의사항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智者樂水)'라 했던가. 눈만 뜨면 신문물이 옛 것을 몰아내는 요즘, 여름휴가만은 고전적인 우리 선비의 탁족(濯足)이 '정답' 아닌가 싶다.
현기증이 일 정도로 쏟아지는 폭포수와 매미소리는 대자연 속 오케스트라를 연상케 하고 흐르는 계곡물에 담근 발은 머리를 맑게 한다.
여기에다 인적 드문 보석 같은 산길이 열려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1. 영덕·포항·울진의 주옥같은 팔각산
산 이름 앞의 숫자만큼 기암 괴봉이 병풍처럼 펼쳐져 비경을 연출하는 영덕 팔각산가는 길엔 침수정 등 '옥계37경'으로 유명한 옥계계곡을 덤으로 만난다.
산행은 6시간 안팎. 절반은 암릉과 삼림욕장을 방불케 하는 숲에 반하고 나머지 절반은 계곡산행이다. 자녀와 함께라면 산행 날머리인 산성골로 올라 계곡산행만 해도 괜찮다. 그린색의 암반 위로 흐르는 수정같이 맑은 계류와 와폭에 이은 조그마한 소가 연이어 나타나 감탄을 자아낸다.
2. 포항 동대산~바데산
침수정 조금 못가 만나는 옥계식당에서 계곡을 건너면 들머리를 만난다. 처음부터 자연 그대로의 청정한 경방골 비경을 접한다. 독특한 색상과 자태를 뽐내는 암반과 기암절벽 위에 걸린 소나무도 일품이다. 경방골의 명물인 호박소까지는 대략 40분.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도 전혀 아깝지 않다. 다리가 근질거리면 잠시 정상에 다녀오자. 2시간 걸린다. 바데산을 거쳐 원점회귀하면 6시간 걸리지만 동대산에서 도중 호박소 방향으로 내려오면 4시간30분이 소요되니 참조하자. 이 길에는 시원한 물줄기의 폭포도 만난다.
3. 응봉산
해발 998.5m의 응봉산 산행시간은 4시간30분 안팎. 하지만 계곡이 펼쳐지는 온정골만 걸으면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온정골은 볼거리가 꽤 많다.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수를 볼 수 있다. 41.8도라고 적혀 있지만 그리 뜨겁지는 않다. 이 온천수가 4㎞나 되는 파이프 라인을 통해 대중탕까지 연결된다. 용소폭포와 마당소, 선녀탕 또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비경이다.
4. 장유 용지봉
김해 장유면과 창원시의 경계에 위치한 용지봉은 부산·경남의 산꾼들이 즐겨찾는 계곡산행지. 용지봉은 특히 다양한 우리 야생화의 환한 미소를 가득 담아올 수 있다. 산꾼들은 보통 창원사격장쪽에서 시작하는 봉림산(정병산)~진달래산인 비음산~거제도 앞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조망의 대암산 신정산을 거쳐 용지봉 대청계곡으로 하산한다. 9시간 대장정인데다 여름철인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무리여서 비음산~용지봉 코스가 무난할 듯. 이럴 경우 5시간30분으로 줄어든다.
5. 양산 정족산
보석같은 계곡산행지. 출발점은 천성산 내원사 주차장. 주차장 내 매점에서 다리(신선교)를 건너면 내원사계곡으로 가고, 매점과 다리 사이의 시멘트길을 택하면 정족산 계곡이다.
울창한 숲을 병풍삼아 수십 명이 쉴 수 있는 너른 반석과 그 아래 위로 쏟아지는 낮은 폭포, 잇따라 만나는 작은 소 등은 보는것 만으로도 더위가 가시고도 남을 정도로 시원하다.
6. 거창 금원산 유안청계곡
분단의 비극을 간직한 비운의 현장이다. 실제로 한국전쟁때 덕유산에 집결한 500여명의 남부군이 지리산으로 가는 길에 들러 목욕을 한 곳이다. 이곳은 또 영화 '남부군'에서 수백 명의 파르티잔이 남녀 구분없이 알몸으로 목욕하던 장소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유안청계곡 주변에 자연휴양림이 들어섬과 동시에 이곳은 등산로 일부로 새로 정비됐다. 비록 파르티잔의 흔적은 오간 데 없지만 산꾼들은 계곡을 보며 현대사의 아픔을 되새긴다. 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한바퀴 도는 데 대략 5시간 걸린다. 단일 바위로 국내 최대인 문바위와 마애삼존불은 놓쳐선 안될 볼거리. 들머리 입구에 있다.
7. 거창 거망산(용추계곡)
남덕유산의 기운을 받은 거창·함양의 4대 산은 금원 기백 거망 황석산. 금원산에 유안청계곡, 기백산에 책바위, 황석산에 암봉미가 있다면 평범한 육산인 함양 거망산에는 용추폭포가 있다. 10m 높이에서 내리꽂히는 물소리와 물보라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엄청나다. 오죽했으면 거망산에 왔다가 들머리 입구에 위치한 용추폭포에 반해 산행을 포기한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란다. 그래도 허전하면 잠시 산행을 해보자. 1시간 정도가 계곡산행이고 정상까지는 총 2시간 걸린다. 정상 인근에는 억새가 일품이다. 차로 5분 거리에는 용추자연휴양림도 있으니 참조하자.
8. 거창의 덕유산 삿갓봉
전형적인 계곡산행 코스. 총 6시간의 산행시간 중 오를 때와 하산할 때를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계곡을 따라 걷는다. 흰 포말의 작은 폭포, 성인들도 수영 가능한 너른 소, 타원형 욕조모양의 웅덩이, 그리고 이를 둘러싼 주변의 단애와 급사면의 울창한 숲은 산꾼들을 반하게 만든다.
삿갓봉과 남덕유산 사이의 안부인 월성재에선 잠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한다. 거창 최고의 비경이라는 월성계곡 방향으로 1시간 정도 걸으면 원점회귀가 가능하고, 이정표 뒤 우측으로 내려서면 장수군 토옥동계곡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전국의 내로라하는 명승지 폭포 및 계곡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비경인데다 인적마저 드물어 꼭 권하고 싶다. 부산으로 오는 교통편이 좀 불편한 것이 흠이다.
[계곡산행시 주의사항]
태풍은 비와 바람을 뿌리지만, 무더위를 몰고 오기도 한다. 푹푹 찌는 듯한 날씨 속에 계획된 '산행'은 어쩌면 잘못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두 발은 물론 허리까지 물에 담그는 계곡 산행이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래서 여름철엔 특별히 계곡 산행만을 즐기는 마니아가 많다. 외국에서는 급류타기라는 개념의 '캐녀닝(Canyoning)'이라는 신종 스포츠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계곡 산행은 일반 산행과 다르게 특별히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다. 우선 현대 전자기기의 가장 큰 적인 물기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휴대폰과 GPS, 카메라 등을 물로부터 지켜내지 못하면 산행의 재미가 급감한다. 이들 장비는 별도의 방수팩에 수납한 뒤 또 한 번 싸 주는 것이 좋다.
배낭까지 물이 찰리야 없지만, 미끄러져서 헤엄을 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갈아입을 옷가지와 각종 휴대품도 모두 비닐로 이중 삼중 방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배낭에 수납하면 등에 멘 배낭이 오히려 위급할 때 구명조끼와 같은 역할을 한다.
등산화도 통가죽으로 된 중등산화보다는 계곡용으로 나온 샌들이 좋겠다. 발가락은 드러나지 않아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날카로운 바위나 돌부리가 때론 흉기가 되기도 하니 말이다. 여벌의 양말이나 가벼운 운동화를 차량에 별도로 준비하는 것도 보송보송한 귀가를 보장한다.
특별한 길이 없는 만큼 작은 폭포를 오르내릴 경우가 많으니 8㎜ 보조 자일을 15m 이상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보다 전문적인 계곡 산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하네스(안전벨트)나 웨트슈트(보온 기능이 있는 잠수복)를 갖추고 가는 사람도 있으나 일반적인 계곡 산행이라면 그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위험한 길은 돌아가는 '용기'도 필요하다. 필수 준비 품목인 모험을 즐길 마음을 준비해 가면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쾌감이 달려온다.
[장마철 산행시 주의사항]
장마철 산행은 특히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 현지 날씨를 챙기고 지형을 확인하는 일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필수 절차다. 물기 젖은 암벽이나 경사가 급한 곳은 실족 사고의 위험이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산행 복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수시로 날씨가 바뀌고 땀도 많이 나기 때문에 여벌옷은 반드시 준비한다. 우중 산행시에는 저체온증이 찾아올 수도 있다. 방수와 습기 배출이 동시에 가능한 기능성 의류가 가장 좋다. 여의치 않다면 모직 의류가 보온성이 좋아 도움이 된다.
능선만 넘어서도 날씨가 바뀌는 것이 장마철의 산이다. 특히 안개는 산행을 어렵게 만든다. 지도는 필수. 가급적 나침반도 챙기자.
산행은 계곡을, 야영은 능선을 피한다. 비가 내리면 적은 양에도 계곡 물살의 흐름이 빨라지고 물도 금방 불어난다. 능선 야영시에는 벼락을 맞을 위험이 있다. 야영지는 계곡 상단이나 능선 아래가 좋다.
고온다습해서 음식도 쉽게 부패된다. 마른 음식 위주로 마련하되 김밥은 피하는 게 좋다
'[등산자료] > 등반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대로 걷는법 [김동환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0) | 2011.05.25 |
---|---|
등산할 때 조심하실 분들... (0) | 2011.05.13 |
우중산행에 필요한 "롱스패츠"를 소개합니다. (0) | 2011.02.28 |
2011년도 봄철 국립공원별 산불조심기간 (0) | 2011.01.31 |
멧돼지에 등 보이지 마세요 (0) | 2010.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