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공짜 모시기 27년, 지하철의 속앓이
작년 무료요금 3434억원 … 전체 적자의 40% 차지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60~70대 노인 서너 명이 서둘러 개찰구를 빠져나왔다.
"종묘공원이나 둘러볼까 해서 나왔는데 오늘은 날이 너무 춥네. 밥만 먹고 그냥 집으로 갈까. 아니면 밖으로 나가볼까 고민 중이야." 김모(73) 할아버지가 두꺼운 옷을 여미며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왔다는 김 할아버지는 손에 파란색 시니어 패스카드를 들고 있었다.
일명 어르신 교통카드다.
만 64세 이상인 노인에게 발급하는데 어떤 지하철 노선이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 할아버지는 "이게 없었으면 나 같은 노인은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역 주변에는 김씨 할아버지처럼 행선지를 결정하지 못한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종로3가역은 서울시내 지하철역사 119개 중 무임승차 인원이 가장 많은 역이다. 하루 평균 3만7943명 정도가 이 역사를 이용하는데 그중 1만1118명인 29.3%가 종묘공원을 찾는 노인들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하철이 천안과 춘천까지 연결되면서 그쪽에서 올라오는 노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에게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는 것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개 도시 7개 도시철도공사의 무료 이용객 수는 3억3218만9000명에 달했다. 전체 이용자의 19.3%에 달한다.
무임승차 대상은 주로 노인들이다.
노인에 대한 무임승차 혜택은 1980년 노인복지법 시행과 함께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대중교통 요금을 50%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2년 뒤 65세 이상으로 대상을 늘리고 시내버스 이용도 무료가 되면서 84년부턴 지하철 요금이 면제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시내버스에 대한 무임 승차는 폐지됐지만 지하철은 여전히 무료로 탈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국의 7개 도시철도공사는 지난 5년간 무임수송으로 1조5829억원의 손실을 봤다.
지난해에만 343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지하철 운영 적자(당기순손실 8706억원)의 39.5%에 달했다.
문제는 무임 수송과 관련한 손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무임수송 대상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지난해 10.7%에서 2020년 15.1%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지방공기업경영평가단은 "도시철도공사 경영구조 개선을 위해 무임수송 연령이나 할인율을 조정하고 대신 교통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행안부 쪽에서는 공식적으로 무임승차 폐지를 거론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알아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만철 서울시 도시철도팀장은 "비용 부담이 크지만 84년부터 지속한 고령자 무료 승차를 폐지할 수는 없다"며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기업의 재정난을 감안해 정부가 무임승차에 따른 비용의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 mora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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